우리 동양에서는 자고로 한문자(漢文字)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. 한자는 그 글자마다 뜻을 가지고 있는데 문자는 언어(言語)를 대표하고, 언어는 마음의 표현으로서 상징적(象徵的)이나 그 영향은 자못 큰 바가 있다. 이러한 까닭에 작명(作名)에는 천하고 흉한 의미의 글자를 피하는 동시에 일반이 알기 힘든 벽자(僻字)나 쓰기 어려운 난자(難字) 등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. 말할 것도 없이 이름은 그 자신을 대표하는 것이므로 그 이름이, 또는 성명(姓名) 전체를 통하여 그 글자의 의미가 불확실하며 요령을 얻지 못한 모호한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.
성명의 의미는 그 사람의 인격과 풍모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심원 우아(深遠優雅) 하고 웅대 호방(雄大豪放)하면서도 고상한 의미를 가져야 할 것이나, 남성의 이름이 여성적이어서는 안되며, 여성의 이름이 남성적인 것도 좋지 않은 것이다. 그러므로 이름은 그 사람의 선천적 능력의 대소(大小)를 참작하여 강대한 능력의 소유자에게는 될 수 있는 한 웅장한 맛이 있게 또 기질이 약한 사람에게는 그 격에 알맞은 의미의 이름을 짓도록 한다. 기질이 나약한 사람에게 격에 맞지 않는 웅장한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넌센스적이며, 그렇다고 무기력한 의미의 이름을 지으라는 것은 아니다.
또 과거의 유명한 역사적 인물 이름을 그대로 따서 지어주는 예가 가끔 있는데, 이것은 의식적으로 그러한 인물을 따르라고 암시한 것임은 알 수 있으나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. 자고로 <대성(大姓)은 부재(不再)하고, 대명(大名)은 무우(無又)하다.> 라는 말도 있거니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유명한 이름의 인물이 두 사람 있는 예가 없는 것이다. 그러므로 역사적이 유명한 인물의 이름을 따는 것은 극히 삼가야 하며,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고, 그에 알맞은 이름을 지어야 한다. 이름에는 그 격은 좋으나 작명(作名)에는 꺼리는 글자가 몇가지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.
치(治) : 완전(完全) 또는 필(畢)한다는 뜻으로 종결(終結)을 의미한다.
유(留) : 머무른다는 뜻으로 침체(沈滯)함을 나타내는 것이니 진취성(進就性)이 없다.
하(夏) : 극렬(極烈)함을 나타내어 치우침이 있으므로 중요성(重要性)이 없다.
동(冬) : 이것도 역시 네 계절의 끝이며 중용(中庸)을 얻지 못하고 있다.
불(不) : 비(非)와 통하고 미달(未達)함을 나타내는 것이니 불충분한 것이다.
풍(風) : 어지럽고 바르지 못하매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징조이다.
신(神) : 글자가 많은 중에 하필이며 신자(神字)를 붙일 것까지는 없을 것 아닌가!
이밖에 社ㆍ凶ㆍ亡 따위 글자도 원래 쓰이지 않는 것이니, 그것은 상식적으로도 가희 판단 할 수 있는 문제이다. 이름에 불길(不吉)한 글자를 써서는 안되는 것과 같이, 요령 부득(要領不得)한 글자 또한 쓰지 않는 법이다. 가령,
金 西 乙 林 右 年 崔 乭 石
이와 같은 이름은 무슨 뜻이 있으며, 또 성명학적으로 해석하여도 결코 좋은 의미를 주지 않는 것이다.